1. 피와 뼈 줄거리
1923년 앳된 청년 김준평은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배 위에 오릅니다. 일본으로 향하는 그의 얼굴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일본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그에게 풍요와 희망,
인간다운 생활을 가져다주리라는 희망에 찬 해맑은 얼굴이 클로즈업됩니다.
오사카에 정착해 공장에서 일하게 된 준평은 이영희라는 여인을 알게 되고 너무 좋은 나머지, 그녀를 강제로 범하고
맙니다. 결국 결혼까지 이릅니다.
그는 희망이 없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강인한 체력과 타고난 근성으로 어묵 공장을 차려 큰돈을 법니다.
그러나 마치 그의 왕국을 꿈꾸듯 끝없는 착취와 폭력을 행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악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친지들을 저임금으로 부리면서 그 생활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게는 검은 숯덩이를 얼굴에 뭉개버릴
정도로 잔혹한 사람입니다. 친척의 피와 땀을 쥐어짜 벌어들인 돈으로 사채업을 시작하고 그는 점점 더 돈의 노예가
됩니다. 이자를 미루는 친구 앞에서 컵을 깨서 자기 팔을 그어 피를 컵에 받은 후, 친구에게 마시라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자 빚에 시달리던 친구는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준평의 난폭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색을 탐하고 돈에 대한 집착 또한 점점 더 심해져만 갑니다.
가족에게는 한없이 비정한 남편이자 아비이면서도 준평은 아들에 대한 집착만큼은 버리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첩을
통해 또 아들을 얻지만, 병으로 쓰러지게 됩니다. 괴물 김준평은 병자임에도 좀처럼 기가 꺾이지 않습니다.
한편 준평의 첩은 그의 전 재산을 가지고 아이들과 도망칩니다.
세월이 흘러 늙고 초라해진 준평은 귀소본능이라도 느낀 것인지 큰아들을 찾아갑니다. 빚을 갚아줄 테니 자기 밑에 와서
일을 도우라고 합니다. 살면서 아버지에게 따뜻한 정을 못 느끼고 자란 아들은 준평에게 평생 멋대로 살았으니 끝까지
잘살아 보라며 냉담하게 반응할 뿐입니다.
결국 준평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재산을 북한에 헌납하고, 첩을 통해 낳은 아들을 납치해 북으로 갑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여생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선택한 낙원 북한은 가난과 배고픔에 허덕이는 싸늘한
겨울 왕국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추운 겨울날 아버지를 전혀 돌보지 않고 오로지 식량만 찾아다니는
아들을 곁에 둔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2. 총평
이 영화의 제목인 피와 뼈만큼 김준평의 일생을 압축한 명사는 없을 것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배금주의 '피'를 이어 줄 아들에 대한 욕망, 그리고 강인한 육체를 상징하는 '뼈' '피와 뼈'는
곧 김준평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사실 재일한국인 1세대의 파란만장한 일본 정착에 관한 이야기를 겉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안에 그려진 것은
민족과 사상과는 무관한 '인간 김준평'의 인간적인 욕망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돈에 대한 '집착'과
'폭력'을 통해 정치나 역사와는 무관한 개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각자 존재하는 다른 욕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고독하고 노쇠해진 말년에도, 그는 뉘우치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악마가 됐는지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낯선 세상에서 말을 갖지 못한 소년이 욕망과 희망을 폭력으로 언어화한 것”이라던 감독의 변으로,
그를 아주 조금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할 뿐이다.
영화에서는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에서 사회주의 운동하던 찬명은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감옥에서 나온 후 낙원을 동경하며 만경봉호를 타고 북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시인을 꿈꾸던 찬명은 북으로 떠난 후
소식이 끊겼다는 내레이션만 흘러나옵니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 준평도 자신의 전 재산을 북에 바치고 그가 그토록 애착하던 아들을 데리고 평화로운 마지막 여생을 꿈꾸며 북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배고픔과 가난과 추위뿐이었습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개달리다>에서 재일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최양일 감독
그는 재일한국인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1993년 영화로 일본의 중요한 영화상을 휩쓸자 세간은 '사이 요이치 (최양일 감독의 일본식 이름)'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4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쿄 소재의 조선총련 들이 다니는 조선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조명 보조로 영화계에 입문하였으며, 일본 영화의 기수로 꼽히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을 거쳐,
1983년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습니다. 이 영화로 그는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스포니치 그랑프리즈와 요코하마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받게 됩니다.
그 후, 작가인 양석일의 <택시광조곡>을 각색한 영화로 키네마준포의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2004년에는 양석일의
소설 <피와 뼈>를 각색한 작품을 통해 각종 영화제의 상을 독차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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